경북 문경시는 문경새재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관광객 240만 명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가 지역 상권의 실질적인 매출과 주민소득으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다. 본보는 3회에 걸쳐 문경 관광의 경제효과와 상권 연계 실태를 짚고 체류형 관광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글싣는순서상: 관광객은 넘치는데…지역 상권은 왜 웃지 못하나중: 문경새재에 몰린 관광객…전통시장까지는 오지 않았다하: ‘스쳐 가는 관광’ 넘어 ‘머물며 돈 쓰는 문경’으로   [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경북 문경시가 관광객 240만 명 시대를 맞았지만 정작 지역 상권에서는 관광객 증가를 매출 회복으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경새재와 에코월드, 단산관광모노레일, 철로자전거 등 주요 관광지에는 주말과 행락철마다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대형 주차장에는 외지 차량과 관광버스가 줄지어 들어오고 주요 탐방로와 관광시설도 방문객으로 붐빈다. 외형만 보면 관광산업이 문경지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하지만 관광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점촌 원도심과 전통시장, 일부 읍·면 상권에서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낙수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240만 명 방문…단순 환산하면 최대 수천억 원 관광객 240만 명이 문경지역에서 1인당 평균 5만 원을 소비했다고 가정하면 직접 소비액은 약 1천200억 원에 달한다.    평균 지출액이 8만 원이면 1천920억 원, 10만 원이면 2천400억 원 규모다. 관광객이 음식점과 숙박시설, 카페, 전통시장, 농특산물 판매점, 체험시설 등을 이용하면 직접 소비에 따른 효과뿐만 아니라 식자재 구매와 시설 운영, 운송, 고용 등 연관 산업에서도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관광객 유입이 지역 음식점과 숙박업소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업소가 다시 지역 농산물과 식자재를 구매하면 관광소비가 농업과 유통업으로 확산한다.    관광시설과 숙박업소가 지역 주민을 고용할 경우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관광산업은 인구 감소와 원도심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문경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산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관광객 240만 명이라는 숫자만으로 문경지역에서 1천억 원이 넘는 경제효과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관광객이 실제로 문경에서 얼마를 소비했고, 그 가운데 얼마가 지역 상인과 주민에게 돌아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관광객 많아도 상인 체감경기는 ‘냉랭’ 문경새재 상인들은 관광객 수와 점포 매출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주말이면 문경새재 입구와 탐방로가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모든 관광객이 주변 상가에서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경새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주말과 단풍철에는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하고 탐방로에도 사람이 많지만, 관광객 증가가 모든 점포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 관광객들은 정해진 시간에 새재를 둘러본 뒤 여행사가 예약한 식당에서 식사하고 곧바로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 수가 크게 늘었다는 발표가 나오면 외부에서는 새재 주변 상인들이 모두 많은 돈을 버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 상황은 다르다”며 “같은 상권 안에서도 위치와 업종, 단체관광객 이용 여부에 따라 매출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문경새재에서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또 다른 상인은 “예전에는 관광객들이 돌아가는 길에 사과나 오미자 제품 등 지역 특산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구경만 하고 지나가거나 온라인 가격과 비교한 뒤 구매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관광객 숫자만 놓고 보면 장사가 잘돼야 하지만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이 커피 한 잔이나 간단한 간식을 구매하는 데 그치면 지역에 남는 돈은 많지 않다”며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객이 문경에서 식사하고 특산품을 사고 숙박하도록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쳐 가는 당일 관광’…지역 소비에는 한계 문경 관광의 가장 큰 한계로는 당일 관광 중심의 방문 구조가 꼽힌다.    문경은 중부내륙고속도로 등을 이용한 접근성이 좋아 수도권과 충청권, 대구·경북지역에서 비교적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뛰어난 접근성은 관광객 유치에 유리하지만 관광객이 문경에서 숙박하지 않고 몇 시간만 머문 뒤 돌아가는 당일 관광을 늘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관광객이 문경새재를 둘러보고 주변에서 한 끼 식사를 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면 문경에 남는 소비는 입장료와 식사비, 간단한 간식비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관광객이 도시락이나 음료 등을 미리 준비해 올 경우 관광지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비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숙박 관광객은 숙박비뿐 아니라 저녁과 다음 날 아침 식사, 카페, 편의점, 체험시설, 농특산물 구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가로 소비한다.    관광객이 문경에서 하룻밤을 더 머무는 것만으로도 소비 범위와 금액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관광객을 10% 더 유치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두세 시간 더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광객이 오후 늦게 문경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저녁까지 머물거나 숙박할 수 있도록 야간관광과 체험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광객 240만 명, 실제 순방문객 수와 다를 수도 관광객 집계방식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요 관광지 입장객을 합산한 수치는 문경을 찾은 실제 순방문객 수와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 한 명이 문경새재와 에코월드, 철로자전거 등 여러 관광시설을 잇달아 이용하면 관광지별 통계에서는 각각 한 명씩 집계될 가능성이 있다.    한 명의 관광객이 하루 동안 세 곳을 방문할 경우 관광지 입장객 통계상 세 명으로 계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무료 관광지의 경우 무인계수기나 차량 통행량 등을 활용해 방문객을 추정하기 때문에 집계방식에 따라 실제 인원과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관광객 240만 명이라는 수치를 문경을 방문한 서로 다른 사람 240만 명으로 해석하거나, 이 숫자에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을 곱해 지역경제 효과를 계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문경 관광의 정확한 경제효과를 파악하려면 관광지별 입장객 수와 함께 이동통신 자료를 활용한 순방문객 수, 신용카드 소비액, 차량 체류시간, 숙박시설 이용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문경새재의 인파, 점촌 원도심에서는 찾기 어려워 관광객의 이동과 소비가 문경새재 등 일부 관광지에 집중되는 점도 문제다.    문경새재를 찾은 관광객이 인근에서 관광과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고속도로를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점촌 원도심과 전통시장에는 관광효과가 전달되기 어렵다. 점촌지역 전통시장 상인은 문경 관광객 240만 명이라는 수치가 시장 상권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서 건어물과 농산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문경을 찾는 관광객이 240만 명이라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외지 관광객을 자주 만나기 어렵다”며 “주말이면 관광버스가 문경새재 방향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많이 보이지만 전통시장으로 들어오는 버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 가운데 일부만 시장으로 찾아와 식사하고 사과나 오미자, 표고버섯 같은 지역 농산물을 구매해도 상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광객을 문경새재까지 데려오는 정책은 있지만 그 관광객을 원도심과 시장으로 연결하는 정책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내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도 “관광객들이 시장의 위치나 대표 먹거리를 잘 알지 못하고, 관광지에서 시장까지 이동할 교통편도 마땅하지 않다”며 “관광 안내책자에 시장 이름만 적어 놓는 것으로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광 수입의 ‘역외 유출’도 따져봐야 관광객이 문경에서 돈을 쓰더라도 그 수익이 모두 지역에 남는 것은 아니다.    관광시설과 숙박업소, 음식점이 식자재와 물품을 외부 업체에서 구매하거나 외지 업체가 시설 운영과 행사 대행을 맡으면 수익 일부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외지 자본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매출 역시 원재료 구매비와 가맹수수료, 수익금 등의 형태로 역외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지역경제 효과를 높이려면 관광객이 지역 업체에서 소비하고, 해당 업체가 다시 문경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물품을 구매하며, 지역 주민을 고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관광객이 문경에서 10만 원을 소비했더라도 상당 부분이 외부 원재료 구매와 수수료 등으로 빠져나간다면 지역에 남는 실질적인 경제효과는 줄어든다.    반대로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 음식점과 전통시장, 농특산물 판매점으로 이어지면 같은 금액을 소비하더라도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방문객 수 넘어 소비액·숙박률 공개해야 문경 관광정책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방문객 수 중심의 발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경시는 관광객 240만 명이라는 총량과 함께 △관광객 순방문자 수 △당일·숙박 관광객 비율 △평균 체류시간 △1인당 평균 지출액 △관광객 카드매출 △관광업종별 매출 변화 △관광 분야 신규 고용인원 △지역 업체 참여율 등을 조사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문경새재를 비롯한 주요 관광지의 방문객이 전통시장과 원도심, 농촌체험마을 등으로 얼마나 이동했는지도 관광정책의 주요 성과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관광객 증가에도 숙박업소와 음식점, 전통시장 상인의 매출이 늘지 않았다면 관광객 유치정책의 구조와 소비 동선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관광객 수가 행정의 홍보 실적으로만 활용되고 지역 주민의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관광정책의 지속 가능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몇 명 왔나보다 문경에 얼마 남겼나가 중요” 관광객 240만 명은 문경이 전국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수치다.    문경새재를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자원과 에코월드, 단산, 철로자전거 등 다양한 관광시설은 문경 관광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관광객이 문경을 잠시 둘러보고 떠나는 데 그친다면 관광객 증가가 지역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문경 관광정책은 ‘몇 명이 문경을 찾았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광객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지역에서 얼마를 소비했는가’, ‘관광 수익이 주민과 지역 업체에 얼마나 돌아갔는가’를 중심으로 평가돼야 한다. 문경새재에 몰린 관광객의 발길을 점촌 원도심과 전통시장, 농촌지역으로 연결하고 당일 관광객을 숙박 관광객으로 전환할 수 있을 때 관광객 240만 명은 행정의 홍보 수치를 넘어 문경지역 경제를 살리는 실질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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