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의 정기국회 처리를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섰고, 2028년 7월 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제시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에 맞서 지역의 규모와 역량을 키우자는 취지에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통합은 법안 처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통합 뒤 주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먼저 답해야 한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일은 조직과 명칭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얼마나 넘겨받을지, 재정 지원을 어떻게 확보할지, 산업·교통·교육·의료 정책을 어떤 기준으로 조정할지가 통합의 실익을 좌우한다.    이런 내용이 분명하지 않다면 ‘통합’은 구호에 머물고, 주민에게는 행정 혼란과 부담만 남길 수 있다.    양 시·도는 특별법 처리 자체를 성과로 내세우기보다 권한 이양과 재정 분담, 사무 조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경북의 넓은 면적과 다양한 생활권을 고려한 균형발전 대책도 빠뜨릴 수 없다.    행정과 예산, 공공기관과 산업 투자가 대구나 일부 거점도시에 쏠리면 농어촌과 중소도시는 통합의 혜택에서 밀려날 수 있다.  시·군의 자치권과 생활밀착형 행정서비스를 어떻게 보장할지, 지역 간 투자 격차를 어떤 기준으로 줄일지 주민이 납득할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균형발전은 통합 이후의 과제가 아니라 통합 설계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주민 의견 수렴도 절차를 밟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통합에 따른 기대효과뿐 아니라 비용과 우려, 행정서비스 변화까지 투명하게 알리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시민·도민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통로를 넓히는 일도 중요하다.    중요한 결정을 먼저 내린 뒤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신뢰를 얻기 어렵다. 대구·경북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이견은 적다. 다만 협력의 필요성이 통합 방식과 일정까지 서둘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통합의 성패는 출범 날짜가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과 재원이 지역에 이양되고, 주민의 삶이 나아지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양 시·도와 지역 정치권은 특별법 논의와 함께 주민 공감대, 균형발전 원칙, 실행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    속도보다 내실을 앞세울 때 행정통합은 지역의 새 도약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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