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정부의 인구감소지역 재지정 결과 ‘인구감소 관심지역’에서 벗어나 ‘인구활력+지역’으로 분류됐다.
2021년 첫 분류 이후 5년 만이다. 지방 인구 위기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지역의 활력 개선을 인정받은 것은 반가운 성과다.
경주시는 이번 변화를 인구 회복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행정상 분류가 달라진 만큼 시민의 생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도록 정책의 내실을 갖출 때다
이번 재지정에는 인구 증감과 함께 취업자 수, 시가화율, 생활인구 등을 반영한 인구활력지수가 활용됐다.
지역의 경제활동과 생활 여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따라서 관심지역 해제가 곧 상주인구의 안정적인 증가나 청년 유출 문제의 해결을 뜻한다고 볼 수는 없다.
경주시는 어떤 지표가 개선됐고 어느 분야에 취약성이 남아 있는지 시민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성과를 알리는 일과 남은 과제를 공개하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핵심은 청년이 경주에서 일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여건이다.
기업 유치의 성과도 투자 협약이나 채용 계획을 넘어 실제 고용과 장기 근속으로 확인돼야 한다.
지역 대학에서 배운 청년이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로 생활하며, 결혼과 육아를 계획할 수 있어야 인구정책이 힘을 얻는다.
산업정책과 주거·교육·돌봄 정책을 연결해야 하는 이유다. 부서별 사업을 늘어놓는 방식으로는 청년의 정착을 이끌어내기 어렵다.출산과 양육 여건 개선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경주의 합계출산율은 2024년 0.88명에서 지난해 0.94명으로 올랐다.
긍정적인 흐름이지만 한 해의 수치만으로 회복을 낙관할 수 없다.
출산지원금과 각종 장려책이 부모의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 살펴야 한다.
필요한 시간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지, 의료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직장을 다니며 자녀를 키울 수 있는지가 정책의 실효성을 가르는 기준이다.
경주의 강점인 역사문화관광 자산도 정주 기반 확충으로 이어져야 한다.
관광객과 체류인구의 증가는 지역 활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방문 규모만 앞세워서는 주민에게 돌아가는 효과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관광 소비가 지역 상권과 생산자에게 얼마나 연결되는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얼마나 만드는지 따져야 한다.
체류형 관광을 지역 산업과 연계하고 그 수익이 주민의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관광의 성과를 인구정책의 성과로 발전시키는 것이 경주가 풀어야 할 과제다.
도시 전체의 지표가 개선됐다고 읍·면 지역의 생활 여건까지 고르게 좋아졌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교통과 의료, 교육, 돌봄의 접근성을 지역별로 점검하고 부족한 서비스를 보완해야 한다.
인구정책은 새로 들어오는 사람을 위한 유치 정책인 동시에 현재 주민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생활 정책이다.
기존 주민의 불편을 줄이는 일이 정주 경쟁력 강화의 출발점이다.
정부는 인구활력+지역에도 향후 5년간 기존 지원을 유지할 방침이다.
경주시는 이 기간의 재원을 지속적인 정착 효과가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청년 순이동과 고용 유지, 주거 부담, 돌봄 여건 등을 통해 사업의 성과를 검증하고, 효과가 낮은 사업은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
예산을 얼마나 집행했는지보다 시민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가 중요하다.
관심지역 해제는 경주가 얻은 기회다. 그 기회를 지속적인 회복으로 만드는 책임은 이제 지역사회와 행정에 있다.
경주시는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청년이 미래를 설계하고 주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
앞으로 5년의 정책과 실천이 이번 평가의 의미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