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은 불길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연기와 열기, 건물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순식간에 달라지는 현장 상황까지 함께 맞닥뜨린다.
시민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대원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를 더 내라는 주문이 아니다.
위험을 줄일 장비와 인력, 상황에 맞게 판단할 시간, 출동을 마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체계다.10월 16일 경기 부천의 한 금속부품 도장 공장 화재에서 소방대원 2명이 중상을 입었고, 이 가운데 한 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다른 대원 3명도 열탈진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공장에는 인화성 물질이 다량 있었던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화재 원인과 사고 경위는 조사를 통해 확인돼야 하지만, 다섯 명의 대원이 다쳤다는 사실만으로도 현장 안전을 다시 점검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대원이 쓰러지는 순간, 그 자리는 동료가 메워야 한다. 현장 인력과 대응 여력이 줄어들면 구조와 진압의 부담은 남은 대원에게 더해지고, 결국 시민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소방관의 안전은 조직 내부의 복지 문제가 아니다.
출동한 대원이 무사히 복귀할 수 있어야 다음 신고에도 대응할 수 있고, 시민에게 필요한 구조와 구급 서비스도 이어질 수 있다.최근 소방 재정과 인력 부담을 둘러싼 논쟁도 이 관점에서 다시 봐야 한다.
재원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중 누가 더 부담할 것인지 따지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동안 현장에 필요한 지원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
소방을 ‘재정 빨대’라고 표현한 발언이 논란이 된 것도, 재정 구조를 설명하려는 취지와 별개로 소방의 필수 역할과 대원의 헌신을 비용 부담으로만 보이게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소방청의 2025년도 성과관리 계획에는 공무상 요양 신청이 2023년 1,523건에서 2024년 1,757건으로 증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청 건수는 승인된 재해 건수와 다르지만, 부상과 질병에 대한 지원 체계가 계속 점검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현장에 충분한 인원이 배치되는지, 보호 장비가 제대로 갖춰졌는지, 다친 대원이 치료와 보상을 제때 받을 수 있는지, 심리적 회복까지 지원받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방공무원의 보건·안전·복지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에 적힌 책임이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일은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다.
사고가 난 뒤 애도와 격려를 전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대원이 위험을 덜고 일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 장비와 회복 지원으로 답해야 한다.국민은 소방관이 출동하는 장면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그 박수에는 한 가지 요구가 더해져야 한다.
출동한 소방관이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도록 지켜 달라는 요구다.
대원의 무사 귀환은 개인의 운이나 희생에 맡길 일이 아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도로 보장해야 할 약속이다.